폭염

2016. 7. 8. 18:11- Monologue

폭염이란다. 폭염이라 문자가 왔다. 
날이 덥다고 주의하라고.
기다리는 연락은 오지 않고 안전안내문자만이 내 핸드폰을 울렸다.
피식. 웃음이 났다.
아무도 나를 걱정하지 않는데 하물며 원하는 당신조차 그런 걱정 없는데 국민안전처만이,
온나라 국민의 안전을 걱정하는 그 국민안전처만이, 모두에게 보내는 그 안전안내문자만이 나를 걱정하는구나. 하고.

나는 유독 더위를 탔다.
뛰어다니며 일할 때에도 벌개진 얼굴로 뛰어다니기 일쑤였고
당신을 만나러 갈 때에도 벌개진 얼굴로 만나기 일쑤였지만
나는 내마음을 숨기고 그저 더위 탓이라고 했다.
정말 더웠기 때문도 있지만 마주치면 고동치는 말도 안듣는 심장때문에 온몸이 반응하는 것을 숨기고 싶었고, 당신에 대한 내마음, 내자신을 숨기기 위함도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그럴때마다 당신은 이렇게 더워해서 어떡하냐고.
시원한데 빨리 가자고. 손부채를 그렇게 해주었고.
더위많은 나때문에 에어컨바람이 추워도 안추운척, 오로지 내걱정을 하곤 했었다.

폭염이란다.
어슴푸레 노을이 질 때까지 밖에 나가지 않았다.
햇볕에 벌개진 내 얼굴을 손부채 해줄 이도, 걱정해 줄 이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에어컨을 강하게 틀고서 스스로 추워질 때까지, 너무 추워 내가 에어컨을 끌 때까지 가만히 두는 것.

나는 길들여지지 않았다.
나를 지켜내는 중이다.
그립지 않다. 그립지 않은 걸거다.
나를 지켜내는 게 이렇게 힘든것인줄 진작에 알았더라면, 지켜냈을까.
폭염에 땀흘리듯 내안의 네가 전부 흘러 오롯이 나만 남아 나를 지켜낼 수 있다면
나를 지켜낸게 되는걸까.
나조차 없어지게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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