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 배르벨 바르데츠키

2014. 1. 19. 01:13- Book & culture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에 미국 영화배우 모건 프리먼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기자의 첫 질문은 상당히 도발적이었다.

기자: 내가 당신에게 "니그로"(흑인을 비하하는 말)라고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납니까?

프리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기자: 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죠?

프리먼: 만약 내가 당신에게 "바보 독일 암소"라고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납니까?

기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프리먼: 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죠?

기자: 난 관심이 없으니까요.

프리먼: 나도 똑같습니다. 당신이 나를 "니그로"라고 부르면 문제는 당신에게 있지 나한테 있는 게 아닙니다. 잘못된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건 당신이니까요. 나는 관심을 끊어버리고 문제를 갖고 있는 당신을 혼자 내버려 둘 겁니다. 물론 행동으로 나를 공격한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죠. 그러면 단언컨데 나 자신을 방어할겁니다.



저자인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심리학자이자 심리상담가로서 32년간 사람들의 심리를 치유하고 있는 사람이다.

저자는 상처투성이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상처를 이겨내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고. 그러기위해서는 세상 모든 상처를 자신과 관련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부터 바꿔야 한다고. '나의 잘못'과 '너의 잘못'을 분리하고 무조건 내 탓도 무조건 남탓도 하지 않을 때, 비로소 책임지지 않아도 될 부당한 모욕과 이유 없는 차별, 끝없는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이 책은 퉁명스런 말 한마디, 불친절한 행동 하나하나에 쉽게 상처받고 자존심이 상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상처에 올바르게 대처하는 법을 알려준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너무너무 읽고 싶었고 내 책이라 여겼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책을 집었던 이유는 나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고 내가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을 표현하고 싶었으며

곧 내가 피해자라는 사실을 두각에 나타내고 싶어했음이라는 내 내면의 소리없는 아우성때문이었다.

그러나 책을 한장 한장 넘길수록 나는 상처를 주는 가해자이기도, 상처를 받은 피해자이기도 했으며

피해자이면서 상대의 발목을 잡아 끈질기게 헤어나올수 없게 만드는 사람이기도 했다.


가히 충격적이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책으로 내 마음이 쿵. 하고 저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은.






책에 나오는 저 삽화처럼,

힘들어도 괜찮은 척. 뭐든지 잘하는 척하는 내가 있었다. 그 속에는 정말 아무도 모르는 상처받은 아이가 있었다.

사랑받고, 칭찬받고 싶어하는 외롭고 피곤한 아이가.

그것을 사람들은 모른다. 간혹 나와 같은 경험과 나와 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 한두명이 내 모습에서 본인의 모습을 보고

한두마디 걸어오는데 그럴때는 정말 무슨 일을 하다 들킨 어린아이처럼 화들짝 놀래기도 한다. 

그러면서 상대나 나나 위안을 얻기도 하지만.






본문에는 이런말이 나온다

"상처받은 사람들은 상처를 빌미로 상대가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옭아맨다. 

그들의 자존감은 나약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고 매달리는 힘은 엄청나게 세다. 

단호하게 끈을 자르지 않으면 그들의 고통까지 짊어져야 한다."



읽으면 읽을 수록 충격이었다. 나를 보는 것 같기도, 내 주위의 사람들을 보는 것 같기도. 모든 사람들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면서 마음이 아파왔다.

내가 상처받은 기억들. 내가 상처줬던 기억들.

내가 받은 상처로 인해 그 상대에게 더 큰 죄책감과 무게를 짊어줬던 기억들.

내가 준 상처로 인해 상대에 대한 미안함에 상대에게 옭아매어졌던 기억들.





이 책을 읽고 무수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책을 권유했다.

당신은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으며, 더 이상 모든 일을 당신 탓이라 생각하지 말고, 상처 주는 모든 것들을 거부하라고.

결국은 두려움 없이 당신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라고.


주위에 힘들어하는 지인들, 상대의 말한마디에 쉽게 상처받는 지인들에게 정말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한번 읽고 두번 읽고 세번 읽어도 마음은 늘 요동친다.

이 저자의 책들을 모두 읽고 싶어지는 정도이다.




그리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 때문이 아니라고. 또한 나 때문도 아니라고.

나도 상처받지 않을 테니, 당신도 상처받지 말라고.

나는 나자신을 가꾸는 일을 하면되는 것이고 당신 또한 당신을 가꾸는 일을 하면 되는 거라고.

자존감을 지키며 각자 자신을 사랑하며 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