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두근두근내인생 - 김애란

2014. 1. 24. 18:06- Book & culture



두근두근 내 인생 -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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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철이 없다는 열일곱이라는 나이에 자식을 낳은 부모가 있다. 지금 서른네 살이 된 아름이의 부모와 자신을 낳았던 부모의 나이인 열일곱 살이 된 아름이. 거의 누워살다시피 하는 조로증 환자인 아름이의 신체나이는 여든의 노인이다.


나의 진짜 여름, 나의 초록, 나의 첫사랑- 
두근두근 이 여름, 가슴 벅찬 사랑이 시작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열일곱에 나를 가졌다. 
올해 나는 열일곱이 되었다. 
내가 열여덟이 될지, 열아홉이 될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런 건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건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뿐이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란다. 
그리고 나는 무럭무럭 늙는다. 
내겐 누군가의 한 시간이 하루와 같고 
다른 이의 한 달이 일년쯤 된다. 
이제 나는 아버지보다 늙어버렸다. 

아버지는 자기가 여든살이 됐을 때의 얼굴을 내게서 본다. 
나는 내가 서른넷이 됐을 때의 얼굴을 아버지에게서 본다. 
오지 않은 미래와 겪지 못한 과거가 마주본다. 
그리고 서로에게 묻는다. 
열일곱은 부모가 되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서른넷은 자식을 잃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아버지가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나는 큰 소리로 답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버지가 묻는다. 
더 나은 것이 많은데, 왜 당신이냐고. 
나는 수줍어 조그맣게 말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나를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운다. 

이것은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다. 

벅찬 생의 한순간과 사랑에 대한 반짝이는 통찰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뻐”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김애란의 담백하고 신선하고 아름다운 문장들 가운데 부모라는 것, 아이라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그리고 벅찬 생의 한순간과 사랑에 대한 반짝이는 통찰이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고, 어느 순간 울컥, 눈물을 감출 수 없게 한다. 

“미안해하지마.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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