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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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반짝반짝빛난다면서요. 안그렇잖아요. 나만혼자힘들잖아요.
2015.08.06 -
엄마잠옷
내게는 잠옷이 있다. 30년된 잠옷. 30년인지 더 된 잠옷인지는 모르나 엄마가 젊었을때부터 입었던 분홍색 색바랜 레이스 긴 잠옷. 어릴때 날씬했던 엄마가 이 잠옷을 입고 있으면 얼마나 샤랄하하고 예뻐보이고 하늘하늘하고 천사같던지 어린나이에 얼른 벗으라 칭얼대고 잠옷의 2/3을 질질 끌면서 어떠냐고 예쁘냐고 하며 다녔는지 모른다. 학창시절때도 간간히 입어보고 벗어놓고를 반복하다가 서울로 올라오면서 아예 허락을 받고 엄마 잠옷을 갖고왔다. 나는 이 잠옷이 좋았다. 내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엄마가 그나이에 입었던 잠옷을 나는 그때 그 엄마나이가 훌쩍 지나서도 입고 있다는 사실이. 무언가 엄마와 동시대를 하나의 잠옷으로 함께 하고있다는 사실이. 얼마전 꿈에서 엄마가 돌아가셨다. 아니 이미 돌아가신 뒤였고 돌아가..
2015.08.03 -
오필리아
그 애는 꽃으로 만든 관을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에 걸려고 기어오르다 심술궃은 가지가 부러져 호환과 함께 흐느끼는 시냇물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옷이 활짝 펴져서 잠시 인어처럼 물에 떠있는 동안 그 애는 자신의 불행을 모르는 사람처럼 아니면 본래 물 속에 태어나고 자란 존재처럼 옛 찬송가 몇 절을 불렀다는 구나. 그러나 오래지 않아 물에 젖어 무거워진 옷은 그 가엾은 것을 아름다운 노래에서 진흙탕의 죽음으로 끌어들이고 말았다. 오필리아. John Everett Millais 세익스피어의 작품을보고 그린 밀레이. 세익스피어처럼 글도 잘쓰고 싶고 밀레이처럼 감수성 풍부하게 표현해내는 사람이 되고싶다. 어쩜저렇게 글을 잘쓸까 그림또한 런던에 있다는데 직접가서 보고싶다 ㅎ
2015.08.03 -
아무일도 없었다.
웃는 모습이 예쁘다고 했다. 늘 어느 사람들에게나 친절하다고 했다. 힘을 내게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배려심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고 했다. 마음이 참 좋은사람인 것 같다고 했다. 그 웃는 모습에 눈은 우수에 젖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슬픔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다 그렇게 그는 그녀를 놓았다. 아니, 놓은건지 버린건지 그만이 알았다. 예쁘다 예쁘다 말에 고개를 내저으면서도 좋았다했다. 친절하다는 말에 더 친절해져야겠다 생각했다고했다. 고맙다는 말에 더 용기를 줘야겠다고 했다. 배려심이 많다는 말에 이기적이면안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했다. 마음이좋다는 말에 그에게 좋은사람이 되고싶다고 했다. 우수에 젖어있고 슬퍼보인다는 말에 마음이저릿했다고했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그에게 외로움을 주었나 싶어서...
2015.08.03 -
깊어져요 우리.
낡은사람이 되지않고 시간과 함께 낡아지는것.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랑은 혼자할 수 있으나 혼자하는 사랑은 늘 외로운법 함께하는 사랑도 시간이 깊어짐에 따라 늘 같이 깊어질 수는 없기에 날이 갈수록 스멀스멀 나오는 불안감은 깊어진 시간에 반비례하며 사랑을 갉아먹으므로. 어렵다. 시간과 함께 깊어지는 것.
2015.07.26 -
다시 힘을 내고
지키고자 했던 한해도 어느덧 끝을 바라본다.일출이 언제 시작된지도 모른 채 일몰이 된다고 어떡하면 좋으냐고 발을 동동거리는 아이처럼.그래도 다시 올 일출에 방방거리면서 그 순간의 마지막이 될 일몰은 안중에도 없는 것마냥.일년이 삼일같다. 늘 하는 작심삼일. 올 초, 하루. 올해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다해야지.중반기,이틀. 아 일이 너무 바쁜것 같다. 아 하기싫다. 천천히 해야지. 에라모르겠다.연말, 삼일. 올해 나는 뭘했지..? 한게 아무거도 없네 어쩌지. 아무도 탓할수가 없다.내가 한일인걸. 했어도 내가 했고 안했어고 내가 안한것.그 누구도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고그 누구도 하지말라고 말리지 않았다. 늘 인생이 상승곡선을 그리는게 아니라 했다.언제나 변동은 있는 법이고, 올 해가 내게는 재충전의 시..
2014.11.14 -
그러고보면 외로움이란것은.
그러고보면 외로움이란 것은 내안에 늘 상주해있었다. 어린아이의 변덕마냥 외롭기 싫어 사랑받길 원했고 투정부렸고 사랑해주고 다 받아주면 어느샌가 혼자 외로이 있는 시간을 원했다.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으면서도 견딜수 없는 외로움에 몸서리쳤으며 늘 부족한것같아 외롭다고 외롭다고 혼자두지말라고 소리쳤다. 돌이켜보면 그사람잘못이아닌 내 잘못이었다. 나 스스로가 스스로를 사랑하지않고 다독이지않았으니 다른사람이 나를 외롭게 하지 않고 넘치는 사랑을 주었어도 내가 내게 주는 사랑은 늘 부족하여 스스로를 외롭게했으니. 외로운건 당연한거였으리라. 외롭다고 칭얼거릴것이 아니었다. 다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2014.10.22 -
도종환 - 깊은물 / 서혜진 - 너에게
보자마자 충격에 헤어나오지못했던 시 두편. 나는 아직도 얕은물이고 종이배는 띄울수있는지. 부는바람이예뻐 그 눈부심에 웃는- 그러므로 내려놓기. 달빛에 더 아름다우니- 지는해 깨우려말고 받아들이기. 어제밤에도 오늘아침도 여운도많이남고 하늘은 구름도없이 맑기만한데 내머리도 내마음도 깨달았으면 실행하라고 천둥번개친다.
2014.10.14 -
바람소리
휘몰아치는 바람소리에 잠을 이루지못하겠다. 바람소리가 무서운건지 스스로의 한탄때문인건지 의미없이 지나가는 삶은 되지않길바라며 몰아치는 바람과 비또한 의미없지않길바라며
2014.07.26